[지역문화 종합지수 (GIS분석)/자료=문화체육관광부] 올해 7월 29일, 지역문화의 오랜 숙원이었던 ‘지역문화진흥법’이 시행된다. 이 법은 무려 10년 전부터 준비해오던 것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역문화 진흥정책 수립·추진, 문화 환경 취약 지역에 대한 지원, 문화도시 및 문화지구의 지정 지원 등 그간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논의된 사항들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법을 통해, 그동안 서울에 집중 발전된 ‘문화’가 여러 지역으로 확대되고, 지역적인 것, 지역다운 것을 찾아내고 가꾸어낼 수 있게 됐다고 본다. 즉, ‘지역주민에 의한 지역주민을 위한 풀뿌리 문화’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지역문화진흥법’은 지역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지역활성화나 지역재생 등을 도모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첫 발걸음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기까지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참여정부의 새로운 문화비전인 ‘창의한국’에서 시작된다. 당시 정부는 국가균형발전과 지역문화정책을 함께 추진하고자 했고, 5대 기본방향의 하나로 ‘문화와 지역-국가 균형발전의 문화적 토대 구축’을 제시했다. ‘창의한국’에서는 ‘지역문화 진흥은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발전을 이루기 위한 핵심과제’이자 ‘지역의 문화역량 제고는 지역문화 진흥의 선결과제’로서, 지역의 문화역량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중앙-지방-민간의 바람직한 역할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제점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중앙정부의 종합적인 지역문화정책의 미비’이다.
그동안 ‘문화예술진흥법’, ‘지방문화원진흥법’ 등의 법률에 지역문화에 관한 사항이 단편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지역문화 진흥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종합적인 지역문화정책을 펼 수 있는 법적 또는 제도적 근거가 미약했다. 이에 정부는 지역문화 진흥에 관한 종합적·기본적 법률을 제정하고자 했다. 2003년 12월~2004년 5월까지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방분권 TF를 구성 운영하면서 구체적인 논의를 했다. 2004년 6월에는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고, 2004년 12월에는 예총/민예총/문화연대/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한국문화예술위원회/지방문화원 및 문화관광부 관계자 등 총 8명으로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문화예술진흥법 등 타 법률과의 상충 문제를 검토하면서 법 시안을 수정 보완했다.
이밖에도 2005년 9월까지 총 8회의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관련 토론회를 부산·전주·대전·인천 등에서 개최하여 지역의 의견을 수렴하였다. 2006년에는 입법 시도가 있었다. 2006년 5월, 17대 이광철 의원 외 총 32명의 국회의원이 지역문화진흥법안을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했다. 이후 몇 차례 발의 및 폐기를 거듭하면서 법안이 다듬어졌다. 그리고 19대 이병석 의원 재발의, 도종환 의원 법안 발의 후 의견 수렴을 거쳐, 2012년 8월에 다시 발의됐다. 최종적으로 2013년 12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2014년 1월 ‘지역문화진흥법’이 공포됐고, 정확히 6개월 후인 7월에 시행을 앞두고 있다.
[자료=한국문화관광연구원] 지역문화진흥법의 주요 내용 및 특징
지역문화진흥법은 ‘지역문화진흥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지역 간의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별로 특색 있는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킴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국가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지역의 생활문화진흥, 문화진흥기반 구축, 문화도시·문화지구의 지정 및 지원, 지역문화재단의 설립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제1장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 계획에는 8가지 사항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지역문화진흥정책의 기본방향에 관한 사항 △지역문화의 균형발전 및 특성화에 관한 사항 △생활문화의 활성화에 관한 사항 △지역문화 전문인력의 양성에 관한 사항 △문화도시 육성에 관한 사항 △생활문화시설의 설치 및 운영 활성화에 관한 사항 △기본계획 시행에 필요한 예산 및 재원에 관한 사항 △그 밖에 지역문화의 진흥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이다.
제2장에서는 ‘지역의 생활문화진흥’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생활문화’란 지역의 주민이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하여 자발적이거나 일상적으로 참여하여 행하는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을 말한다. 이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하여 운영하는 문화시설의 운영자는 시설 운영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주민 문화예술단체 또는 동호회 활동을 위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다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농어촌 등 문화환경이 취약한 지역에 대한 선정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다. 제3장은 ‘지역의 문화진흥기반 구축’으로 지역문화 전문인력의 양성과 해당 기관 또는 단체를 지정하고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역문화 정책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지역 대학 및 문화예술 관련 기관·단체로 구성된 ‘지역문화진흥 자문사업단’을 지정할 수 있다.
제4장, ‘문화도시·문화지구의 지정 및 지원’에서는 문화도시심의위원회 설치와, 문화도시·지구의 지정, 지정취소 등의 내용이 명시됐다. 법에 따라,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자치구의 구청장은 해당 지역의 문화적·역사적 정체성, 창조성, 예술성 등 문화도시로서의 기초여건을 토대로 문화도시 조성계획을 작성하여,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조성계획에는 △문화도시 조성의 기본 방향 △문화도시 지정 분야별 특성화 계획 △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프로그램 개발에 관한 사항 △ 문화도시 조성사업 등에 필요한 투자재원의 조달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문화지구의 경우, 서울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외한 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를 대상으로 한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시설과 민속공예품점·골동품점 등의 밀집지역이나, 문화예술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등의 지역을 문화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 마지막 제5장은 ‘지역문화재단 및 지역문화예술위원회의 설립’ 등에 관한 내용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역문화진흥에 관한 중요 시책을 심의·지원하고 지역문화진흥 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지역문화재단 및 지역문화예술위원회를 설립·운영할 수 있다. 또한,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사업이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지역문화진흥기금’도 조성할 수 있다.
[자료=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진흥법, 지역문화 격차 줄일 수 있을까
지역문화진흥법 시행에 앞서, 전국 지역문화 현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이뤄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13 지역문화지표 지수화를 통한 비교분석’에 따르면, 수도권-비수도권, 그리고 재정자립도에 따라 지역문화지수의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문화지수는 수집한 자료를 표준화, 가중치 부여 등 통계적으로 가공하여 추출한 값으로, 값의 높고 낮음에 따라 문화정책 수립·추진, 문화자원 보전·구축·관리, 문화활동 및 문화향유의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 시·군·구 통합 전체 지역문화지수가 가장 높은 곳은 경기도 수원시였으며, 군 지역에서는 전라남도 강진군, 구 지역에서는 서울특별시 송파구가 지역문화지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도권의 지역문화지수 평균(0.140)이 비수도권(-0.057)보다 높아 문화역량이 높은 기초자치단체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상위 30%)의 지역문화지수 평균은 0.101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하위 70%)의 -0.100보다 높게 나타나 재정자립도와 지역문화수준 사이에 정(正)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비수도권지역에 재정자립도가 낮은 기초자치단체의 경우에도 지역문화지수 순위가 높은 지자체(전라남도 강진군)가 있어, 지자체의 의지와 노력 여하가 지역문화 기반조성 및 활성화에 일정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연구는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전체를 대상으로 지역문화 관련 각종 통계 및 행정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문체부는 연구 결과가 각 지자체의 지역문화진흥 세부계획안에 종합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지역문화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상대적 열위지역에 대한 정책적·재정적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열악한 환경에서도 뛰어난 문화역량을 보이는 지역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책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지역문화진흥법이 보다 지역상황에 맞는 실질적 지역문화정책으로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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