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타워 건설 장면 <출처 : constructionreviewonline>
특정 시대,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는 반드시 랜드마크가 등장한다. 랜드마크가 되는 장소나 건물을 보면 착공에서 완공까지 긴 역사를 거쳐 지어진 건물이다. 그래서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으며, 지나가던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보게 만드는 화려한 외관으로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20세기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미국과 아시아 주요 도시의 상징으로 초고층 건물이 빠지지 않는다.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중국의 상하이타워 등 하늘 높이 솟은 건물은 그 나라의 경제력과 첨단 기술로 이룬 성취라는 점에서 자랑거리다. 하지만 단순히 과시용에 그치지만은 않는다. ‘하늘에 닿는 집’이라는 뜻의 마천루(摩天樓)는 탑이나 조형물 등을 제외한 50층 이상 혹은 200m 이상의 높이를 가진 건물을 뜻한다. 사람은 많고 땅값 비싼 토지의 이용효율을 비약적으로 높이기 위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이자 도시경관과 분위기를 바꾼다는 점에서 거대한 설치작품이기도 하다. 초고층 건축물의 붐은 19세기 말 미국 시카고를 중심으로 확산하였다. 건물 1만7500채와 주택 7만여 채가 불타는 대화재로 도시 재건을 위해 건축가들이 몰려들었고, 시카고는 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고층 건축물의 경연장이 되었다. 미국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이후 1980년대까지 세계 초고층빌딩 129채 중 97채인 75%가 미국에서 지어졌다. 건축가들은 새 건물을 지으면서 주요 건축 재료를 돌에서 철로 바꾸고, 외벽은 넓은 유리창으로 덮었다. 실내로 내리쬐는 강한 열을 식히는 기술이나 지진에 탄력적으로 반응하는 재료의 발견, 바람의 압력을 분산시키는 외골 구조, 빠르게 건물을 짓는 조립 시공 등은 인간이 높이의 한계에 계속 도전하며 얻는 건축 기술이다. 130년 동안 인간의 창의력은 마천루의 거대한 디자인을 가능하게 했다. 마천루는 엄청난 예산이 드는 대공사다. 계획할 때 합목적성과 경제성을 가장 먼저 따져야 한다. 건물이 지어질 도시의 환경과 인구밀도, 경제, 부동산 가치 등 실제적 지표가 실행의 가장 중요한 실마리가 되어야 한다. 마천루는 뚜렷한 현실적 용도가 아닌 떠오르는 국가의 권력 또는 문화적 과시, 세계화에 편승, 세계적 존재감에 도전하는 기업 또는 지역․정부의 욕구 등으로 추진되기도 한다. 하지만 경제가 최고조에 이르는 시기에 계획되었던 마천루가 완공될 즈음 불어 닥치는 불황으로 건축주는 물론 사회경제의 기반까지 흔들 수 있다. 초고층 빌딩 건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침체기를 걸었지만 4~5년 전부터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지역에서 급증하기 시작했다. 연간 건설된 200m 이상 초고층 빌딩 수는 2013년 전 세계 73개에서 2014년 104개, 2015년 115개, 2016년 130개로 증가했고 지난해 147개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의 건설 붐에 힘입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00여 개의 고층 빌딩이 새로 추가되면서 전 세계 초고층 빌딩 수는 10년 사이에 세배 가까이 늘었다. 경제 성장에 따른 도시로의 인구유입, 주택과 사무실 수요의 증가가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신흥국의 초고층 빌딩 건축 붐을 이끈 요소 중 하나이다. 이 건물들은 모두 한 번쯤 킹콩이 기어오르고 모래 폭풍 속의 톰 크루즈가 매달리며, 영화 속에서 현대문명의 상징 역할을 톡톡히 했고, 세계 최고 타이틀을 보유하며 각자의 시대를 풍미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100개의 평균 높이는 해마다 상승세를 거듭해 21세기에는 80m나 높아졌다. 마천루의 실용적 필요에 의한 높이는 230m 남짓인데, 높이 경쟁은 이와는 관계없이 가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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