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이미 독일, 스웨덴 등 많은 유럽 국가에서는 주택협동조합 등 비영리기관에 의한 사회적 임대주택 공급이 일반화된 지 오래다. 예컨대, 스위스는 협동조합주택이 17만 2천 가구(2010년)로 사회임대주택의 57%, 총 주택수의 4.3% 차지하고 있다. 독일도 협동조합주택이 218만 가구(2010년)로 총 임대주택의 10%, 총 주택수의 5%를 차지하고 있다. 스페인 역시 협동조합주택이 144만가구(2011년)로 총 주택의 약 6%를 차지하고 있다. 스페인엔 주택협동조합이 4,319개에 달하고 있다. 심지어 네덜란드의 경우, 사회적 주택이 전체 주택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임차 비율은 41%로 우리와 비슷하지만 임차가구의 78%가 ‘사회임대주택’에 거주한다. 사회임대주택이 전체 주택의 32%를 차지하고 순수 민간임대는 9%에 불과하다. 게다가 임대료는 상한이 있고, 상승률도 규제 받는다. 가구의 약 30%는 평균 임대료의 40%에 해당하는 주거비 보조까지 받는다. 네덜란드 사회임대주택의 90% 가량을 ‘주택협회’가 공급한다. 1901년 주택법에 근거해 설립된 주택협회는 비영리 단체로, 민간조직이지만 사회적 책임을 강하게 갖는다. 주택협회는 전국적으로 430개(2009년 현재)가 활동 중이다. 주택협회는 정부로부터 막대한 재정 지원을 받았지만 2000년대 들어 중단됐다. 대신 보증 및 지가 할인 등 간접보조를 받고 있다. 네덜란드 외에 많은 유럽 국가들이 오래 전부터 사회적 주택을 공급해왔다. 오스트리아, 덴마크, 영국 등도 사회적 주택이 20%에 육박한다. 국가마다 형태와 방식은 다르지만 주택협동조합 등 비영리 조직이 공급하는 사회적 주택이 국민 주거안정에 큰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임대주택 단지인 영국 카운슬하우스/자료=사회혁신연구소] 영국 주거정책의 핵심은 1900년에 오픈한 세계 최초의 임대주택 단지 카운슬하우스 정책이다. 런던 쇼디치(Shoreditch) 지역에 Boundary Estate 라는 구역이 있다. 영국의 임대주택 정책은 단순히 집없는 서민에게 저가로 빌려주는 ‘싼 집 정책’이 아니다.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 누구나 적정(decent) 주거환경을 보장 받을 권리가 있다고 여긴 것이 이 공공서비스의 시작이었다. 이처럼 초기 영국의 임대주택 정책은 전쟁에 다른 주택 수요의 증가와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1919년 공공주택과 관련된 법제도를 통해서 시작되었다. 1980년 임차인에 대한 보호를 법률로 명시, 1996년에는 임차인에 대한 임대계약의 성실 이행과 반사회적인 행위를 금지, 주택의 불법적 사용 금지를 법률화 하였다. 이후 신자유주의 영향으로 인하여 정부가 주택의 직접 제공자에서 간접 제공자로 변화하였으나, 공공임대영역을 민간부분으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제3영역으로 비중을 늘려가는 방향으로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유지 시켰다. 공공부문의 축에 있던 공공임대주택을 민간 및 제3영역으로 이전함과 동시에 소득에 따른 임대비의 지원을 통해서 저소득층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실시하였으며 이를 통해서 정부의 재정 지출을 경감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현재 국내 사회적 주택은 크게 ▲매입·건설형 임대 ▲토지임대부형 임대 ▲전대형(임대 후 재임대하는 것) 임대 ▲관리형 임대로 나눌 수 있다. 각각이 모두 어려움을 안고 있다. 매입·건설형 임대는 장기저리 자금조달, 저렴한 택지확보 등이 과제로 꼽힌다. 토지임대부형은 토지임대료와 건축비 조달이 문제다. 현재 ‘소통이행복한주택’이 서울시와 손잡고 마포구 서교동에 진행 중인 토지임대부형 임대(7가구)는 서울시가 감정가 14억 원의 토지를 저리로 빌려준다. 그러나 매월 285만 원의 토지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9억 6천만 원에 달하는 건축비도 문제다. 전대형 임대는 2년 단위의 단기계약 문제로 사업의 지속성이 떨어진다. 자금조달도 문제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사회적투자기금 5억 원을 대출받아 임대하고 있는 달팽이집 2호(세입자 14명)가 한 예다. [달팽이집 2호와 ‘사회주택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모습/자료=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기금 대출기간 5년이 지나 시중은행 대출로 전환하면 이자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투자기금 대출 연장, 보증금 인상 등의 방안을 고민 중이다. 관리형 임대는 가양동 육아협동조합이 대표적 사례다. 서울시가 강서구 가양동 사유지 주차장 부지에 지하주차장과 복합개발을 통해 임대주택 24가구를 건설, 임대했다. 만 3세 미만의 자녀를 둔 무주택 세대주들인 임차인들이 육아협동조합을 구성, 직접 주택을 관리하고 있다. 수요자 맞춤형 주택으로 호평받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건설자금(서울시비 52억 원)과 운영·관리의 전문성 부족 등이 지적되고 있다. 유형별 어려움 외에 사회적 주택은 공통적으로 ‘자금조달’과 ‘전문성’ 측면에서 취약한 상황이다. 정부의 재정적, 조직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해외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독일은 저축은행을 설립해 자금을 지원했고, 임대형 주택협동조합 법인세를 감면했다. 스웨덴도 개인이 주택협동조합 지분구입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것을 도와주는 저축시스템을 구축했다. 영국은 장기채권을 발행했고, 스위스는 80%까지 모기지 대출을 했다. 최경주 서울시 주택정책과장은 “사회적 주택은 시중 임대료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공공성이 강한 사업”이라며 “정부 지원이 있다면 사업을 확산시키는데 상당히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협동조합 등 사회적 주택 관련 단체들을 지원·관리하는 조직의 뒷받침도 필수적이다. ▲독일의 독일연방 주택-부동산연합 ▲미국의 HUD 및 전국주택협동조합협회 ▲영국의 주택공사, 주택협동조합연합(CCH) ▲스웨덴의 전국세입자 저축 및 건축조합연합 ▲스위스의 채권발행협동조합 등이다. 전은호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연구원은 “정부 지원없이 시장에서 주택조합이 자생력을 갖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주택도시기금’을 사회적 주택사업에 투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태섭 주산연 정책연구실장도 “해외사례를 볼 때 사업 초기에 파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기업형 임대주택 이상의 기금·조세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미경 의원실 관계자는 “지원법 마련을 위해 관련 당사자들과 간담회를 진행 중”이라며 “가능한 정기국회 이전에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대책을 고민 중이다. 권혁진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장은 “관련 단체들이 영세해 사회주택이 활성화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주택도시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