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쿄토시의 전통주택 활성화 정책은 전통주택의 보전과 보급이라는 두 가지 목표로, 크게 마치야의 개발 및 보급의 측면과 전통 마치야의 경관 보전이라는 측면으로 구성된다. 쿄토 마치야의 보급정책은 ‘헤이세이의 쿄마치야 컨소시움’을 중심으로 현대건축의 주요 문제를 함께 고민하면서 전통주택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이론적·실제적 차원에서 현대건축과 전통주택의 장점을 융합시켰으며, 인정제도 운영을 통해 장려된다. 보전정책의 경우 ‘쿄토시 경관·마을만들기 센터’ 주도로 시내의 마치야를 전수조사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개보수 이력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였으며 민간조직인 ‘쿄마치야 네트워크’는 주민 교육 및 개보수와 부동산 중개 등을 담당한다. 쿄마치야 네트워크, 헤이세이의 쿄마치야 컨소시움 등 관·산·학 및 거주자와 수요자가 함께 참여하는 조직의 활동이 돋보이며, 이때 정부는 민간의 활동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역할분담을 통해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는 운영방식의 특징을 보인다. 헤이세이의 쿄마치야는 쿄토의 전통적인 주택양식인 쿄마치야의 주거 문화를 계승하는 한편, 현대의 환경기술을 도입해 에너지 성능을 향상시킨 쿄토형 친환경 주택이다. 전통기술 측면에서는 공간 내외부의 관계, 식재, 통풍, 채광 등 자연에너지의 최대한 활용과 주변환경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며, 현대기술 측면에서는 단열 성능, 최신 설비 등의 도입을 택하고 있다. [전통 쿄마치야와 헤이세이의 쿄마치야 정의/자료=건축도시공간연구소] 쿄마치야는 건축기준법이 제정된 1950년 이전에 지어진 목조건축을 가리키며, 헤이세이의 쿄마치야는 최근 지어지고 있는 쿄토형 환경주택을 가리키는데, 가장 큰 차이점은 건축법 상의 구조 안전기준 변경에 따른 구조 방식에 있다. 교마치야는 기둥마다 돌기초를 두고 2층까지 한 번에 올라가는 통기둥을 사용하며, 충격을 흡수하는 수직과 수평의 유연한 목구조로 지어지지만 구조계산을 통한 안정성이 입증되지는 않았다. 이에 반해 헤이세이의 쿄마치야는 구조계산을 통해 검증된 공법으로, 콘크리트 기초를 타설하고 층층이 분리된 기둥을 사용하며 사선부재를 덧대어 견고하지만 충격에 부러지기 쉽다. 이에 따라 헤이세이의 쿄마치야는 전통 쿄마치야와 관련이 없는 별개의 건축형식이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1997년 쿄토의정서 채택 이후 쿄토에서는 환경문제에 대한 토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쿄토의 학자 및 시민들로 구성된 ‘나무의 문화를 소중히 하는 동네·쿄토’ 시민회의(2010.03)에서는 선조들의 지혜와 현대 환경기술의 융합, 지역산 목재의 사용 등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주택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헤이세이 쿄마치야의 기본적인 개발방침은 쿄마치야의 현대적 가치인 생활문화, 공간 문화, 마을만들기 문화를 바탕으로, ①사는 맛(住みごたえ), ②삶을 계승하다(住み継ぐ), ③동네에 살다(まちに住む)의 세 가지로 설정되었다. [헤이세이 쿄마치야 모델하우스 전시장인 쿄토건축전문학교/자료=urban114] 헤이세이의 쿄마치야 인정제도 시행 초기(京都市平成の京町家認定基準, 2010.8.18.)에는 기본방침만을 제시하여 설계자의 재량에 많은 비중을 두었으나, 2012년 5월 11일 전면개정을 통해 체크리스트 양식으로 변경하였다. 평가항목은 ▲공간 구성에 관한 기준 ▲환경 배려에 관한 기준 ▲나무 문화에 관한 기준 ▲형태 의장에 관한 기준 ▲유지 보전에 관한 기준 등 5개 분야 인정기준과 이에 ▲근린배려에 관한 사항을 더한 6개 분야 권장사항으로 구성되었다. 환경배려에 관한 기준은 기존 제도인 ‘주택성능평가’ 기준, ‘장기우량주택 보급의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인정기준, 또는 ‘CASBEE 쿄토’ 기준을 활용해 이 중 한 가지 기준에서 일정 등급 이상을 취득할 것을 조건으로 하였다. 이 중 핵심은 공간구성에 관한 기준으로, 전통 계승의 정신적인 부분을 부각시킨 항목과 이에 따른 기술 및 사양을 다루고 있는 항목으로 구성되었다.
기술 및 사양 기준을 만족하는 경우에도 쿄마치야의 정신을 계승하지 못한 건물에 대해서는 계획안 수정을 계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한편, 기술 및 사양 수준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정신에 충실한 계획안에 대해서는 심사위원회를 열어 해결책을 모색하는 등 전통정신 계승을 강조하였고, 실측·실험 등 평가에 어려움이 따르는 성능 관련 기준은 전통건축의 특징인 ‘환경조정 공간’의 유무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 성능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는 경우에도 환경조정공간이 적소에 배치되어 있는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만족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환경조정공간의 예/자료=‘나무의 문화를 소중히 하는 동네·쿄토’ 시민회의(2010.03)보고서] 쿄토시 경관·마을만들기 센터 (京都市景観·まちづくりセンター)는 시민, 기업, 행정의 파트너십을 통해 교토다운 경관을 보전·창조하고 살기 좋은 주거 환경을 형성하고자 설립된 공익재단으로, 쿄마치야 관련 업무로는 쿄토 시내 쿄마치야의 전수조사 및 쿄마치야 차트 관리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20~30년마다 집주인이 바뀌는 쿄마치야의 특성 상 집에 대한 정보가 다음 주인으로 전달되기 어려워, 주택의 현황 및 개보수 이력을 공공차원에서 관리하고자 쿄마치야 차트 작성에 착수하고 있다. 쿄토시 경관·마을만들기 센터는 개별주택 이력을 차트로 관리함으로써 추후 예상되는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멸실을 방지하고 있다. 일본의 쿄마치야 정책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통주택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건축행위 주체들 간의 긴밀합 협력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거주자 및 수요자, 건설업체, 학계, 지자체 공무원, 일반 시민까지를 포함하는 유기적인 조직을 통해 보다 현실적이고 적용성을 높인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서울 성북구의 ‘한옥아카데미’ 등이 의미 있는 실험으로 평가되며, 앞으로 매매 및 개보수 등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시민단체, 건설업체 등의 참여 필요하다. 또한 건축물의 현황 및 개보수 이력 등의 정부를 DB로 구축하여 효율적이고 구체적인 보전 방안이 제시되어야 하며, 쿄마치야의 환경조정공간과 같이 건물 외피의 기밀·단열 성능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으면서 거주성을 보장했던 전통건축의 장점을 계승할 수 있도록 새로운 환경기준을 개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