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주요 키워드는? ②

탈(脫)원전,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
뉴스일자:2017-07-26 15:28:30

[신고리 5·6호기 공사 반대 운동/자료=참여연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세계 31개 국가에서 총 446기의 원전이 가동 중에 있다. 1997년 이후부터 원전 운용은 소폭으로 변동하며 410~450기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그 중 미국 99기, 프랑스 58기, 일본 42기, 중국 37기, 러시아 35기 순으로 원전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를 제외하면 총 24기로 여섯 번째로 원전이 많은 나라다. 이에 더해 신고리 4호기와 신한울 1·2호기 등 3기가 공정률 90% 이상을 기록하며 건설이 거의 완료된 상태다. 앞서 지난달에는 국내 최초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1978년 가동을 시작한 이래 40년 만에 퇴역식을 가졌다. 고리 1호기가 그간 생산한 전력은 부산시 한해 전력 사용량의 34배 수준에 이르는 15만GW에 달한다. 지난 2007년 설계수명이 만료됐지만 10년간 수명 연장이 결정되면서 한 차례 안정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특히, 방사성 물질 누출과 피폭에 대한 우려로 시민·환경단체 등에서는 고리 1호기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를 계기로 원전 의존도를 낮추려는 탈(脫)원전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자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며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은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선언은 기존의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신규 원전 전면 중단 및 건설계획 백지화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 즉각 폐쇄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및 월성 1호기 폐쇄 △탈핵 에너지 전환 로드맵 수립 등을 약속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에 대한 의지는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에너지 분야 과제목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계획안에는 탈원전 로드맵을 수립하고 원전 신규 건설계획(추가 6기)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 연장 금지 등 단계적 원전 감축계획을 전력수급 기본계획 등에 반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탈원전 기조 아래 새로운 에너지원의 발굴과 육성에 방점을 뒀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에 따른 찬반의 의견이 치열하게 대립 중이다. 경북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원에 지어질 예정이었던 원전 신고리 5·6호기 공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중단됐다. 당초 지난해 6월 공사가 시작돼 2022년 10월 완공될 예정이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6월까지 공정률은 29.5%로, 현재까지 투입된 예산만 1조 6,440억 원에 이른다. 이에 허가를 받기까지 투입된 비용 등을 감안하면 공사가 완전히 중단될 경우 총 매몰비용은 2조 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원전을 더 지을 필요가 있는지 3개월 간 검토한 뒤 공사 여부를 정하겠다는 입장이고, 한국전력과 일부 주민들은 공사 중단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지난 24일에 출범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서는 시민 배심원단의 논의를 거쳐 공사의 영구중단 여부를 10월 말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26일 국회에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과 관련한 배·보상 문제에 대해 “정부가 보상 문제와 법적 절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에 따른 피해 발생 규모를 최소 2조 6,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기본적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의 영업이익에서 3~5년에 걸쳐 상각 처리를 하겠지만 부족할 경우 한수원이 공기업인 만큼 정부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한 백 장관의 발언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공론화위원회의 결론이 어떤 식으로 나오더라도 그 결론이 충분히 완수되도록 정부가 책임지고 이행을 담보하겠다는 취지였지만 답변하는 과정에서 말이 엇갈린 측면이 있다”면서 “배·보상 문제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는 만큼 공론화위원회 결정에 따라 나중에 풀어야 할 문제”라고 해명했다.

 

[국내 원전 현황과 설계수명 만료 시기/자료=원자력안전정보공개센터,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산업회의]

 

이번 국정과제에는 화력·원자력에너지 의존도를 점차 줄이고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과 에너지 가격 체계 개편을 본격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사회적 비용을 반영해 발전용 연료 세율 체계를 조정하고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통해 전력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2018년에는 산업용 경부하 요금을 차등 조정하고 2019년에는 단계적 요금 현실화를 위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 로드맵’을 마련한다. 또한 원전과 석탄의 지속적 축소에 따른 LNG(액화천연가스)를 포함한 분산전원의 활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원전 폐기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2011년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등을 예로 들며 원전 폐기를 주장한다.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도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가 천문학적인 만큼 탈원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의 탈핵 청사진은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김응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부교수는 “정부가 탈원전에 대안으로 제시하는 LNG는 가격이 비싸고 변동이 심할 뿐 아니라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다량 발생시켜 대체에너지로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LNG와 더불어 대안으로 내세우는 재생에너지 역시 유용한 전력생산 방법이기는 하지만 언제 얼마나 생산될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다. 전기는 생산된 즉시 사용하지 않으면 버려야 하고 부족하면 보충을 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남는 전력은 주변국에 팔고 부족한 전력은 주변국에서 사오는 방법으로 이를 보완한다. 하지만 한국은 남는 전력을 팔 곳도, 부족한 전력을 공급해줄 곳도 없다. 아직은 기술적으로도 좋은 해결 방법이 없다. 

 

게다가 재생에너지는 공간적으로 매우 한정된 자원이다. 새 정부의 목표대로 비중을 20%까지 높이려면 태양광은 서울 면적의 절반, 풍력은 두 배 이상의 용지가 있어야 서울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입지 조건은 생각보다 까다로워 충분한 일조량이나 풍력자원이 있는 지역 중 안전성과 환경·소음문제를 피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최근 국내 지자체들이 재생에너지 단지 건설을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환경 파괴, 상수원 피해, 저주파 소음 등의 문제로 지연되거나 중단됐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많은 환경단체들이 재생에너지의 환경 훼손과 생태계 파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국민안전이라는 좋은 의도에서 출발한 것은 높이 평가할 수 있으나 무리하게 탈핵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최근 영국, 일본, 대만이 원자력을 다시 시작한 배경과 미국의 재생에너지 연구 축소 배경에 대해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핵발전소가 모두 사라지는 이른바 ‘원전 제로(zero)’ 시기까지 62년이 남은 현 시점에서 탈원전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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