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첫 해외순방 일정으로 22일부터 28일까지 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를 차례로 방문한다. 각 나라마다 정치·외교 분야 논의뿐 아니라 상호 경제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통령 순방 일정에 함께 할 ‘경제사절단’에 국내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참가한다. 이번 경제사절단은 현지 사업 중심의 ‘실무형’으로 구성됐는데, 모두 베트남이나 UAE에서 핵심 사업을 하고 있는 그룹 주력 계열사의 CEO로 알려졌다. 사절단은 현지에서 민간 협력 등에 관한 활동을 전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베트남·UAE 순방…외교 다변화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2일부터 28일까지 5박 7일간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UAE) 순방길에 나선다. 이번 순방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해외순방으로 국내 기업들이 동남아와 중동 국가를 상대로 수출하게 될 새로운 경제 시너지 창출을 전망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20일 문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과 UAE 순방 일정을 공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2일 베트남 국빈방문 첫 일정으로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팀 훈련장을 방문해 불리는 박항서 감독을 만난다. 박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베트남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어 국내 한국과학기술원(KIST)을 모델로 한 ‘한-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VKIST)’ 착공식에 참석하고 저녁에는 동포간담회를 개최한다.
방문 이튿날인 23일에는 베트남 국부인 호치민 주석의 묘소에 헌화한 뒤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개최한 후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응우옌 쑤언 푹 총리, 응우옌 티 킴 응언 베트남 국회의장 등 주요 지도자들과 잇따라 면담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 청년 일자리 협약식과 취업박람회,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하고, 저녁에는 쩐 다이 꽝 주석이 주재하는 국빈만찬에 참석한다.
방문 사흘째인 24일에는 숙소 인근 식당에서 베트남 시민들과 조찬을 함께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중국을 방문했었을 당시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빵과 두유로 아침식사를 하는 등 시민들과 친숙하게 어울리기도 했다. 아침 식사를 마치면 하노이 중심지에 있는 호안 끼엠 호수 일대 명소를 돌아본 뒤 UAE로 출발한다.
24일 오후 UAE 첫 일정으로 ‘그랜드 모스크’를 방문하고 UAE 국부로 추앙받고 있는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흐얀 초대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다. 방문 이튿날인 25일은 우리의 국립현충원에 해당하는 전몰장병 추념비에 헌화하고 공식 환영행사에 참석한다.
이날은 모하메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확대·단독 정상회담을 개최한 후 양국 간 양해각서(MOU) 체결식에 참석한다. 문 대통령은 MOU 체결식 후 모하메드 왕세제가 주최하는 공식 오찬에 참석하며, 저녁에는 현지동포 만찬 간담회를 개최한다.
26일에는 모하메드 왕세제와 함께 우리 기업이 UAE 현지에 건설 중인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1호기 건설 완료 기념행사에 참석해 원전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양국의 원전 근로자를 격려한다.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UAE 내 우리 국민 보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파견된 아크 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UAE의 토후국인 두바이를 방문해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 UAE 총리 겸 두바이 통치자를 면담한다.
문 대통령은 모하메드 알 막툼 총리와 함께 ‘2020년 두바이 엑스포 참가 계약 체결식’에 참석한 뒤, 한-UAE 비즈니스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것으로 5박 7일간의 순방 일정을 마무리한다.
동남아·중동 겨냥, 국내기업 수출 늘듯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아, 중동 순방에서 눈에 띄는 것은 국내 기업들이 대거 동행할 ‘경제사절단’이다. 재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청와대에 대통령 베트남·UAE 순방에 동행할 기업인 명단을 제출했다.
베트남 경제사절단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외에 총수급으로 엘에스그룹의 구자열 회장,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이 참석한다. 또 삼성전자 윤부근 부회장, 현대차 정진행 사장, 에스케이 박영춘 부사장, 엘지전자 이우종 사장 등 전문경영인이 참석한다. 지에스건설의 허명수 부회장, 씨제이의 손경식 회장, 두산의 박지원 부회장, 한화의 김연철 대표도 동행한다.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 대신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이 참석한다. 케이티 역시 황창규 회장 대신 윤경림 부사장이 참석한다.
아랍에미리트(UAE) 경제사절단에는 김영주 무역협회장 외에 삼성전자 윤부근 부회장, 현대차 송민규 아중동지역본부장, 엘지화학 박진수 부회장, 현대건설 박동욱 사장, 에스케이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이 참석한다. 4대 이하 그룹에서도 지에스건설 임병용 사장, 두산 박지원 부회장, 한화 금춘수 부회장, 엘에스전선 명노현 사장 등 현지사업 중심의 실무형 전문경영인이 참석한다.
무엇보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순방을 계기로 동남아와 중동 현지 진출 기업들의 브랜드는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경제사절단의 순방에 따른 향후 경제성과는 예측되지 않고 있지만 국가별 파트너십은 더욱 새롭게 구축할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베트남은 중국에 이어 국내 수출의 2대 국가로 떠오른 만큼 국내 기업들의 진출은 더욱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2020년 2대 수출국으로 도약하는 베트남’ 보고서를 통해 “2020년 한국의 대(對)베트남 수출이 965억8000만 달러로 대미 수출 809억3000만 달러를 추월해 베트남이 중국에 이어 2대 수출 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트남은 2014년 한국의 수출국 순위에서 6위였으나 2015년과 2016년 4위에 이어 지난해 3위로 올라섰다. 연구원에 따르면 베트남으로 수출이 급증하는 이유는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제품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와 자본재 등을 국내에서 베트남으로 옮기는 등 최대 생산기자라는 점이다. 국내 기업이 베트남 현지로 보내는 부품과 생산설비가 곧 수출로 잡히게 된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생산의 절반가량을 베트남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LG디스플레이가 하이퐁에서 공장을 가동함에 따라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 수출이 증가했다. 또 현대차그룹,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도 모두 베트남에서 핵심사업을 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수출 루트가 강화되면서 수혜가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지난 2015년 12월 발효된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효과와 함께 국내 기업들이 중국 외 지역에 생산기지를 하나 더 구축할 수 있는 전략을 베트남에서 실행하고 있다는 분석의 하나로 여겨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베트남은 우리나라 교역국 중에서 현재 5위다. 특히 아세안 10개국 중에서는 교역, 투자, 인적교류, 개발협력 분야 모두 1위”라며 “한-아세안 공동 미래를 추진해나가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핵심파트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2월25일 백운규 장관과 UAE 기후변화환경부 장관의 면담/자료=산업통상자원부]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수혜도 전망된다. 특히 UAE의 경우 최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현지를 방문하는 등 우리 정부가 원자력발전소 수주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대형 건설업체 사장급이 경제사절단에 참가한다.
무엇보다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UAE와 정상회담을 개최한 후 양국 간 양해각서(MOU) 체결식에 참석하는 일정에서 공식 오찬에 한국 기업 경영진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UAE는 왕정 국가라 왕실과 그 주변의 상류 지도층과 기업 간 끈을 연결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런 자리에 우리 기업인을 많이 대동해서 그들과 교류 협력의 기회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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