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스턴의 도로 단면 디자인 가이드라인/자료=Boston Transportation Department]
걷기는 모든 교통의 기본 수단이다.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행이라는 교통수단을 통할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의 걷는 길이가 길어지면 그만큼 자동차로 이동하는 길이가 짧아지고, 이는 도시 교통을 원활하게 한다. 따라서 사람들의 보행거리를 조금씩 늘리기 위한 교통정책이 필요하며, 보행자들이 즐겁고 편안하게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행 공간은 단순히 걷는 것을 위한 공간뿐 아니라 머무는 공간으로서 역할도 해야 한다. 또한 걷는 공간이 휴게공간으로서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배제된 보행자들의 공간이 조성되어야 하고, 여기에는 잠시 머무를 수 있는 벤치를 비롯하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넓은 공간 등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도로에서 차량을 배제한 공간이 있어야 하고, 그 방안의 하나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필요하다.
대중교통전용지구(Transit Mall)는 지구 내 도로에서 승용차를 포함한 일반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고 노면전차, 경전철,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의 통행과 보행자의 보행활동만 허용된 지구로, 대중교통수단의 통행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보행자전용지구와는 차이가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성과 이동 편의를 보장하면서 교통수요 관리와 가로 이용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의 통행을 완전히 금지하는 보행자전용지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일종의 절충적·대안적 설계기법이다.
대중교통전용지구를 도입하는 목적은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고. 도로교통과 보행환경을 개선하며, 도심상업지를 활성화하여 도심을 재생하기 위해서다.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처음 도입하기 시작한 서구에서는 교외 쇼핑센터나 대형 쇼핑센터가 활성화되면서 도심의 소규모 점포들이 쇠락함에 따라 도심 상점가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몰(mall)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몰(mall)의 한 종류에 해당하며, 몰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몰(Mall)의 유형 |
내용 |
보행자전용지구(Pedestrian Mall) |
Full Mall 또는 Mall이라고 하며 자동차를 완전히 배제한 보행자 전용의 상점가 |
대중교통전용지구(Transit Mall) |
보행자전용지구와 달리 버스, 노면전차와 같은 대중교통수단의 통행은 허용하는 상점가 |
보차공존지구(Semi Mall) |
자동차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어려울 때차도의 폭을 좁히고 보도를 넓혀 식수나 가로 시설물을 배치하여 보행자의 보행 환경을 개선한 상점가 |
그 밖에 대중교통수단을 고가 또는 지하로 배치하여 지상을 보행자전용지구로 활용하는 경우와 보행자가 지하 또는 2층 부분을 전용하여 사용하는 방법(Sky Way)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세계 최초로 조성된 트랜짓몰 Nicollet Mall 전경/자료=http://www.ci.minneapolis.mn.us/]
최초의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미국 미니애폴리스 Nicollet Mall에 조성되었으며 이후 캐나다, 독일,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 호주 등 전 세계 12개국 50여 개 도시에서 지정되어 운영 중에 있다. 도시들마다 지구 내에서 허용되는 대중교통수단과 도심개발 패턴이 그 도시의 도시발전 형태와 공간구조에 따라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도심 교통 혼잡 및 도심기능 활성화 등의 목적을 가지고 조성되고 있다.
대중교통전용지구는 구체적으로 다음 4개의 목적을 가지고 선정된다.
▲교통수요 관리= 대중교통기본계획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승용차의 이용수요를 줄이는 것이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용의 기본 목적이다.
▲대중교통 이용편의 증진=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승용차 이용을 제한함으로써 대중교통의 정시성 및 통행속도, 운행횟수를 늘리는 목적을 가진다. 대중교통밀집지역에서 설정할 수 있으며 지구선정 이후 통과 노선 및 빈도를 증가시킴으로써 승객의 편의성을 높이고 업체의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보행환경 개선= 차량과 보행자가 공존함으로써 보행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으므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이러한 차원에서 보행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지구에 도시설계요소(설치예술품·벤치·가로수)를 투입함으로써 보행을 유발할 수 있다.
▲도심 활성화=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을 통해 대중교통의 이용증진과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매력적인 공간을 연출함으로써 보행 통행량을 늘리고 도심 상권을 활성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도시에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보행자를 포함한 교통약자들의 보행 편의성을 제고하기도 하고, 침체되는 상권을 활성화시키기도 한다.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차량의 통행만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상점, 보행자 공간, 대중교통 등에 각각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을 부여하고, 기존의 노변형 상점가와 달리 쾌적하고 즐거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최근에는 지하철역이나 버스 터미널 등의 교통 거점 시설을 중심으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정비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는 추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