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건축물은 주거공간이 아닌 다양한 용도를 목적으로 하는 이색적인 디자인이 늘고 있다. 평소 생활하며 자주 보고 만지며 사용하는 물건이 거대한 크기로 변해 눈앞에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이 된 느낌일까?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중심부에 있는 캔자스 시립도서관은 이 같은 느낌을 받을 만하다. 이 건축물은 거리에 대형 책꽂이가 세워진 듯한 외형을 가지기 때문이다. 마치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 가게를 연상하는 단순한 발상을 기발하게 현실화한 모습이다. 캔자스시티 10번가를 걷다 보면 도서관 부지에 부설된 주차장 남쪽 입구 외벽에는 3층 높이의 책들이 꽂혀있어 단번에 도서관이란 것을 알아챌 수 있다. 도서관은 폭 약 8m, 높이 3m로 세상에서 가장 큰 책으로 꾸며진 외벽뿐만 아니라 계단과 벤치도 책을 형상화한 구조로 많은 사람에 호기심을 끌고 있다.
도서관 주차장 건물 외벽에는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22권의 책이 나열되어 있다. 22권의 책은 캔자스시가 시민을 대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책을 투표해 선정했다. 로맨스 고전소설인 ‘로미오와 줄리엣’부터 세계적인 인기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 등이 자리한다.
2006년 캔자스 시립도서관은 새 주차장을 멋있고 유의미하게 상징할 수 있는 조형물을 고민한 끝에 책 모양을 선정했다. 캔자스 시민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장서를 건축물 외벽으로 옮겨와 사회공동체와 친밀히 소통했다. 이런 소통은 신뢰와 믿음으로 구축한 건축물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건물 디자인 자체의 창의성과 조형물의 선정, 제작과정 등 모든 과정을 시민과 함께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공공예술 작품으로서 높은 가치를 가진다.
캔자스 시립도서관은 본래 1873년 캔자스시의 공립학교와 공립도서관을 겸하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1889년부터 학교 기능은 사라지고 도서관 중심으로 한 문화센터 기능만 남게 됐다. 당시에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캔자스 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 중 하나로, 1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명소로 거듭나게 된 것을 말이다.
지금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지역 상징 건물로 아이에게는 신나고 재미있는 독서 공간, 어른에게는 동심으로 돌아가는 공간으로 남녀노소 다양한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단순히 책을 대출하거나 열람하는 전통적인 도서관 역할을 넘어 시민 대상의 평생교육과 다양한 문화 활동의 장으로까지 자리매김한다. 도서관 내부시설에는 패밀리센터, 전시실, 영화관을 비롯해 다양한 클럽활동, 각종 이벤트 관련 시설 등 복합문화시설을 구축한 융복합 문화공간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