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공임대주택은 시장 임대료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함으로써 무주택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향상시키고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였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이 많은 국민들로부터 환영을 받는 정책이 되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도입돼 정책 대상자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측면이 있다. 게다가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펴면서 입주자격, 임대료 책정, 재원조달 및 보조금, 공급량 등을 중앙정부가 결정하면서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첫째, 2인 이상의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소득 4분위 이하에게 공급하고 있는데, 1인 가구를 포함한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득으로는 소득 6분위 이하에 해당한다. 게다가 장애인, 철거주택 세입자, 청약저축 가입자 등은 소득과 상관없이 입주할 수 있어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자유주의·조합주의 복지국가에 속한 선진국에서도 공공임대주택의 정책 대상 또는 표적집단이 아닌 대학생, 사회초년생, 고소득층 등에게 입주자격을 부여하는 경우가 확산되고 있다.
둘째, 공공임대주택 유형별로 임대료 책정 방식이 다양하고 기본적으로는 건설원가 연동형을 채택하고 있어 입주자 간의 형평성 문제와 사업주체의 재정 건전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는 ①공급 및 운영비용에 따라 산정되는 비용 연동형(cost-based rent), ②주택의 특성을 감안한 주택가치 연동형(value-based rent), ③입주민의 소득수준에 따라 임대료를 차등화하는 소득 연동형(income-related rent), ④주변 민간임대주택의 임대료 수준을 감안하는 시세 연동형(market rent) 등의 방식으로 책정된다.
하지만 국내의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체계는 주로 건설시점의 건설비용과 재정지원 및 보조금을 감안하는 건설원가 연동형 설계돼 있다. 이에 따라 국가의 재정지원 및 보조금이 집중되는 건설시점에 따라 공공임대주택 간의 임대료 차이가 발생한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많았고 토지매입 및 외부차입 비용도 저렴하였던 시기에 공급된 공공임대주택은 임대료 수준이 상당히 낮다. 반면에 정부의 재정지원이 줄고 외부차입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시기에 건설된 공공임대주택은 임대료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이에 따라 동일 지역 내에 입지하고 있지만 입주민이 부담하는 임대료의 차이가 크게 발생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게다가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량에 집중하는 정책을 펴다 보니 운영원가에 대한 재정지원 및 보조금이 미미하여 사업주체인 LH공사, SH공사 적자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셋째, 공공임대주택 프로그램의 추진과정에서 정책의 연속성·일관성이 부족하거나 지속가능하지 못한 성격을 가진 경우도 있었다. 빈곤층을 대상으로 공급한 영구임대주택은 당초에 25만 가구가 계획되었으나, 19만 가구만 공급하고 중단되었다. 영구임대주택의 뒤를 이은 50년 공공임대주택은 재정지원의 축소되더니, 단기간에 프로그램이 중단되었다. 중앙정부가 포기한 공공임대주택 프로그램을 서울시에서 재개발임대주택을 통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국민임대주택의 경우에는 초기의 계획물량의 5만 가구가 짧은 기간 내에 100만 가구로 바뀌게 된다.
공공임대주택 프로그램의 중단은 주택소요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이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잃을 수 있다. 게다가 공공임대주택 프로그램이 중단되면 이미 건설된 주택단지에 대한 개선이나 관리가 소홀해져 노후화를 앞당길 수도 있다. 이와 반대로 국민임대주택의 경우에는 단기간에 계획물량이 급격히 늘어난 사례이다. 주택소요와 재정상태를 고려하여 장기적인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을 수립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회·경제적 환경 및 정치적 환경 등에 따라 공급계획이 자주 바뀌었던 것이다.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향상시키려는 프로그램 자체의 목적은 문제 삼을 것이 없다. 그러나 그 추진과정에서 신중하지 못했고 외부환경의 영향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계획이 자주 바뀌었다.
넷째,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 대부분 중앙정부의 주도로 추진되어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의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짧은 기간 내에 대량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따라 지역별 공공임대주택의 수요를 고려하기보다는 총량적인 공급량 목표를 달성하는 데 치중한 측면이 있다. 짧은 기간 내에 많은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아파트단지 형태의 공급이 선호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대규모 택지개발이나 신도시개발 등을 통해 도시 외곽에 공공임대주택이 대량으로 건설되었다. 결국 도심 내에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저소득층의 주거소요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 측면이 있다.
다섯째, 수요자보다는 주택 또는 공급자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공급·운영해 왔다. 저소득의 주거안정을 위해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프로그램을 시행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공급자 위주로 추진하면서 거주자에 대한 고려는 미흡하였다. 예를 들면, 영구임대주택에는 저소득층, 노인, 장애인 등이 집단적으로 거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복지·문화 등 공공서비스의 지원이 부족하였고, 이에 따라 빈곤현상이 가중되었다. 이렇게 영구임대주택 주민의 빈곤화가 심화되자 영구임대주택뿐만 아니라 거주자들에 대한 스티그마 현상(stigma effect)이 나타났다. 국민임대주택은 영구임대주택과 달리 소득 4분위 이하가 입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임대주택 건설예정지의 주민들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에서조차 기피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입주자의 경제적 자활과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부족하여 공공임대주택 단지는 ‘도시 속의 섬’처럼 격리되는 현상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는 저소득·빈곤층을 대규모 단지에 밀집시키는 방식에 대한 반성으로 사회통합(social mix) 또는 연령혼합(aging mix)을 추구하는 단지들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오랜 시간 깊어진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쉽게 없어지지 않고 있고, 이는 계층 간의 사회적 갈등으로도 표출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