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문재인/자료=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서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은 공공임대주택 13만 가구와 공공지원 임대주택 4만 가구 등 매년 공적임대주택 17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주택정책 공약을 내놓았다. 공공임대주택 13만 가구는 공공기관이 직접 공급하고 관리하는 장기 임대주택으로, 나머지 4만 가구는 민간이 소유하되 공공기관이 토지 장기임대나 주택도시기금, 리모델링비를 지원해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고 임대기간을 장기화하는 공공지원 임대주택이다. 문 대통령 임기 5년간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65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것인데 앞서 55만 가구를 공급한 전 정부보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대폭 늘어난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기조는 대규모 개발이나 규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 시장 부양보다는 주거복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전월세상한제는 말 그대로 임대료 상승을 일정 수준 이하로 억제하는 법안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1회에 한해 전월세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전월세 대책특별위원회가 발의한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전월세 인상률을 5% 이내로 하고 임대차 계약기간 갱신을 1회에 한해 최대 4년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전월세상한제에 대해서는 지나친 재산권 침해라는 의견과 전셋값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국회 입법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문 당선인은 그동안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0.78% 수준인 부동산 보유세를 1% 수준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지만 실제 대선 공약집에서는 빠져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에 출마하면서도 보유세 인상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전력이 있는 만큼 당장은 아니더라도 보유세 인상을 장기 과제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을 옥죄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대출 규제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 정부는 2014년 8월부터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LTV를 기존 50%에서 70%로, DTI는 50%에서 60%로 완화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새 정부의 기조가 대출 규제 강화라면 오는 7월 말 종료를 앞둔 이 완화책은 원상 복구될 공산이 크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새 정부에서 언제든지 시장 규제책을 내놓을 수 있지만 보유세 인상과 같은 실제 주택시장에 파급력이 있을 만한 큰 정책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시장 충격이 큰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위해서는 거래세(취득세·양도소득세)를 낮추는 작업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새 정부가 당장은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약집에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내년부터 시행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이변이 없는 한 새 정부에서는 예정대로 시행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올해 연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지 않는 재건축 단지에 내년부터 적용된다.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한 재건축 단지들이 이미 가파른 집값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내년에 시행이 확실시되면 적용을 피한 단지와 그렇지 않은 단지 간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적용되면 사업 초기 단지들이 재건축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 수도권 일대 향후 신규 아파트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시재생 뉴딜(NEW DEAL)/자료=문재인 1번가(www.moon1st.com)]
문재인 정부가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도시재생 뉴딜(New Deal)사업’을 꼽을 수 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지난 대선 공약 중 투자 규모면에서나 내용면에서 단연 돋보였던 사업이다. 지난달 9일 문 대통령 당선인은 낙후된 구도심의 주거환경을 개선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도시재생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매년 10조 원대의 공적 재원을 투입해 39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기 내 500곳의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를 살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는 뉴타운·재개발 사업이 중단된 저층 노후 주거지를 살만한 주거지로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공약집에 따르면, 도심지 내 주거환경 열악 지역 등 전국 700여 개를 대상으로 연 100곳씩 총 500곳을 추진한다. 정부·공공기관 등 공공 재원 위주로 매년 10조 원씩 조달해 총 50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재정 2조 원과 주택도시기금,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에서 8조 원을 조달한다. 뉴타운·재개발 사업이 중단된 저층 노후 주거지가 1차 타깃이다. 마을주차장, 어린이집, 무인 택배센터 등 아파트 단지 수준의 편의시설을 제공한다. 중소건설업체나 집수리업체의 일거리가 크게 늘어 매년 39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산된다. 현행 연간 1,500억 원 규모인 도시재생사업을 감안하면 역대급 투자 규모다.
다만,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과 민간의 창의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공약(空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 당선인의 공약대로 정부에서 2조 원을 투입한다면 예산을 10배 이상 늘려야 하고, 주택도시기금과 LH·SH 등의 사업비로 연간 8조 원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LH와 SH의 부채는 각각 80조 원, 16조 원에 달해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집값 급등, 부동산 투기,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부작용도 우려된다.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이 쏟아져 나왔던 지난 2006년 한 해 동안 서울 집값은 20%가량 급등했다. 뉴타운 후보지를 대상으로 한 투기도 극성을 부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권 교체가 이뤄졌지만 당분간 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문재인 당선인의 공약 같은 경우 임기 내 85만 가구 공적임대주택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역대 정권 중 최고치로 임기 내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문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던 주거복지의 경우엔 임기 5년에 걸쳐 추진해야 하는 과제로 단기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주는 이슈는 아니다”며 “공공임대주택을 예로 든다면 부지 확보나 자금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