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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입은 공공디자인, 도시의 삶을 바꾼다 ①

폭염 속 뙤약볕 막아주는 횡단보도 그늘막

전상배 기자   |   등록일 : 2017-07-20 12: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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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폭염 예상 시나리오/자료=국민안전처]


국민안전처는 장마 후 본격적인 무더위에 대비해 17개 시·도에 폭염 피해 예방활동을 위한 특별교부세 29억 원을 교부한다고 19일 밝혔다. 특별교부세는 지역별로 상이한 기상과 여건, 온열질환자·사망자수를 고려한 폭염 취약성 평가 결과에 따라 취약 정도가 심한 지자체 순으로 차등 교부된다. 이번에 지원되는 특별교부세는 지자체별로 도로 살수, 횡단보도 그늘막 설치, 무더위쉼터 운영, 폭염 피해 예방활동을 위해 사용된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부터 7월 16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총 404명으로 이 중 2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75명에 비해 40명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폭염특보 일수도 32일을 기록해 지난해 23일보다 일주일가량 늘었다. 이와 같이 폭염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자 최근 지자체들이 횡단보도에 그늘막을 설치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서울 동작구에서 노량진동 건널목에 처음 설치된 횡단보도 그늘막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전국으로 퍼지고 있는 중이다. 

 

더위를 식히는 오아시스, 서초구 ‘서리풀 원두막’

 

전국 자치구 가운데 서울 서초구는 단순한 텐트 대신 세련된 디자인을 더한 ‘서리풀 원두막’을 곳곳에 설치해 시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서초구는 지난 4월 폭염에 대비해 횡단보도, 교통섬 등 54개소에 보행자를 위한 대형 그늘막 서리풀 원두막을 설치했다. 서리풀 원두막의 편의성에 대한 입소문은 SNS 등을 통해 폭발적으로 퍼져나갔고, 이에 구는 주민 요청을 반영해 지난달 말까지 서리풀 원두막 66개소를 추가 설치함으로써 총 120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작은 배려가 돋보이는 횡단보도 그늘막은 시민들에게 잠시나마 더위를 식히는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가 관내 횡단보도 앞에 설치한 서리풀 원두막/자료=서초구]

 

서리풀 원두막은 소나기와 더위를 피하던 원두막의 정서를 서초의 옛 이름인 서리풀에서 느낄 수 있도록 이름을 붙였으며, 교통신호를 기다리며 따가운 햇살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을 제공한다. 성인 20명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지름 3~5m, 높이 3~3.5m 크기로 만들어졌다. 또한 자외선 차단과 통풍을 높이기 위한 특수 원단으로 제작했다. 특히, 서리풀 원두막은 동별로 공무원과 인근 주민을 공동 관리자로 선정해 지속적인 순찰을 하고, 강풍·호우 예보 시 사전에 그늘막을 안전하게 접는 등 안전사고 예방 체제를 갖추고 있다. 아울러 기둥을 보도에 1m가량 심어 강풍에 넘어지지 않도록 했다. 이외에도 주민 의견을 반영해 기둥에 광고물 부착방지 시트를 입혀 깨끗하게 운영 중이다.

 

합법도 불법도 아닌 ‘그늘막’ 도로 시설물로 지정 추진

 

하지만 시민편의를 위해 설치한 횡단보도 그늘막이 보행자의 안전사고 발생에 대해선 무관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뙤약볕뿐만 아니라 여름철 작은 비도 피할 수 있는 그늘막의 안전성이다. 강풍이나 태풍 등 재해특보 발효 때의 그늘막은 위험한 무기로 탈바꿈할 우려가 있다. 간이용 천막으로 구성된 그늘막은 바람에 날려 인적·물적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철 한시적으로 설치하는 그늘막이기 때문에 ‘영조물 배상공제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지자체도 더러 있다. 영조물 배상공제는 지자체의 시설 관리 하자로 주민 신체나 재물이 훼손돼 배상 책임이 발생했을 때 지자체가 계약한 손해보험사가 전담해 배상하는 제도를 말한다.

 

각 지역 읍·면·동사무소에서 설치·관리하고 있는 그늘막은 행사용 등으로 쓰기 위해 창고에 보유하고 있는 천막을 꺼내 설치하기만 되기 때문에 별도의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다. 때문에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도입했으며, 아예 설치가 안 된 곳도 있는가 하면 몇몇 자치구에서는 별도 운영규칙 없이 단순히 행사용 천막을 옮겨 놓은 데 불과한 곳도 있다. 보행자·운전자의 교통 시야를 방해하는 장소에 설치한 곳도 있고 모양과 색상이 각양각색이기 때문에 도시미관까지 저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 자치구별로 위치나 모양이 제각각인 것은 그늘막이 법적으로 지정된 시설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늘막을 규정할 마땅할 제도나 근거가 없기 때문에 관리에 통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서울시가 그늘막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늘막을 도로 부속시설물로 지정해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설치와 운영 등 전반적인 관리에 체계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권완택 서울시 보도환경개선과장은 “도로법에 의해서 도로 부속시설물로 인정할지에 대해 전문가와 중앙정부의 소관부서인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라면서 “시민편의를 도모하고 도시미관을 해치지도 않으며 교통 소통에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설치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그늘막이 제도화되면 설치 방법이나 위치, 관리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각 자치구에 제시해 안전사고 예방에도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이제 시민들이 횡단보도 그늘막 아래에서 신호 대기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시민편의를 위해 만들어놓은 시설물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고, 어엿한 여름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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