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광장 조감도/자료=서울시]
군부독재 시절 고문수사로 악명이 높았던 남산 중앙정보부 6국 자리에 인권광장과 전시실이 조성된다. 서울시는 오는 2018년 8월까지 옛 중앙정보부 6국 터에 빨간 대형 우체통 모양의 전시실(지하 1층~지상 1층, 규모 160㎡)이 있는 300㎡ 면적의 광장 <기억6>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기억6>은 고립돼 있던 남산 예장자락 2만 2,833㎡의 옛 경관을 회복해 도심공원으로 종합재생하는 서울시의 ‘남산 재생자락 재생사업’ 일환으로 조성된다. 빨간 우체통을 모티브로 한 외관은 거대권력에 의한 폭력이 이뤄졌던 고통의 공간이었던 이곳을 소통의 공간으로 회복한다는 의미를 담아 디자인됐다.
전시실 지하에는 과거 ‘인민혁명당 사건’과 ‘민청학련 사건’ 등에 대한 수사와 고문이 이뤄졌던 취조실이 재현된다. 1층 전시실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이 공간은 실제 취조실이 있었던 중앙정보부 6국 건물 지하공간(2개 실)을 정밀 해체한 뒤 전시실 지하에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조성된다.
전시실 1층에는 자료 검색이 가능한 아카이브와 다큐멘터리 등 영상을 상영하는 프로젝터 등이 설치된다. 또 시민들이 직접 적은 메시지를 빔 프로젝터를 통해 내부 벽면에 표출하는 참여형 전시도 진행된다. 광장에는 작년 8월 해체한 건물 잔해를 활용해 6개의 기둥이 세워지고 시민들이 앉을 수 있는 벤치도 설치된다.
중앙정보부 6국은 군부독재 시절 국내 정치사찰, 특히 학원사찰과 수사를 담당했던 국가기관이다. 건물 건립시기는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지만 ‘정초(定礎), 1972.4.5. 중앙정보부장(中央情報部長) 이후락(李厚珞)’이라고 적힌 건물 정초석이 남아 있다. 1995년 안기부가 이전하면서 서울시가 소유권을 매입, 이후 서울시청 남산 제2청사로 사용됐다.
진희선 시 도시재생본부장은 “고통의 역사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 기록하고 창조적으로 재구성해 시민들이 머물 수 있는 공공 공간으로 되돌리는 것은 공간의 시민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어두운 역사를 치유하는 일”이라며 “우리 역사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