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갑질 아파트’ 전락, 세금지원 “반대”
정부가 택배차량의 단지 내 진입을 막아 한순간에 ‘갑질 아파트’로 전락해버린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 ‘실버택배’ 제도를 도입하려하자 여론의 눈총을 받고 있다. 정부 예산을 민간 아파트 분쟁에 쓴다는 비판이 제기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다산신도시에서 김정렬 2차관 주재로 입주민 대표, 택배업계 등이 참여한 ‘택배분쟁 조정 및 제도개선 회의’를 열고 ‘실버택배’를 활용한 해결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파트 인접도로에 택배차량 정차공간(Bay)을 설치하고 도로와 접한 아파트 대지 내 완충녹지 공간을 일부 변경해 택배 물품 하역보관소(단지 내 택배거점)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다산신도시 실버 택배 배송 금액의 절반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나머지 절반은 택배회사가 내는 방안이다.
실버택배 인력 1명당 비용은 연간 420만 원 정도로 지자체가 105만 원, 정부가 105만 원, 택배회사가 210만 원 정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실버 택배는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마련된 정책으로, 택배회사가 아파트 입구에 물품을 내려놓으면 해당 아파트나 인근에 사는 실버택배 요원이 손수레 등을 이용, 각 가정까지 택배를 방문 배송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비용의 절반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는 방안에 여론은 “다산 신도시 택배 문제 해결에 국민 세금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제기된 상황이다.
특히 지난 17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엔 ‘다산신도시 실버택배 비용은 입주민들의 관리비로 충당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는데, 이틀 만인 19일 현재 23여 명을 넘어섰다.
청원 게시판 내용에는 “다산신도시 입주민들이 택배원 대상으로 갑질을 저질러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바 있다”며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실버택배 기사를 도입하고, 관련 비용을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공적 비용이 투입돼야 할 이유가 없다. 택배 서비스는 공공서비스가 아니므로 국가가 책임질 영역이 아니다. 더군다나 다산신도시 입주자들이 택배 차량의 진입을 막은 것은 어떠한 불가항력이 작용한 것이 아니고 오로지 주민들의 이기심과 ‘갑질’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실버택배 기사 관련 비용은 전액 다산신도시 입주민들의 관리비용으로 충당해야 하며 공적 자금이 단 1원이라도 투입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토부 측은 “실버택배는 다산 신도시만을 위한 특혜성 정책이 아니라 2007년부터 추진돼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시행되고 있는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국토부는 관련 내용에 대한 입장을 다시 정리해 조만간 추가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다산신도시 실버 택배 거점 조성과 인력 충원까지는 앞으로 2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이 기간 동안 택배를 어떻게 배송할 지 주민 투표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최근 불거진 다산신도시 ‘택배 대란’은 다산 신도시의 일부 아파트 주민들이 단지 내 교통사고 위험을 막겠다며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지상부 진입을 허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불거졌다.
그러나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높이 제한 때문에 택배 차량은 지하주차장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택배 기사들은 넓은 신도시 아파트 단지 내에서 택배물을 인력으로 배송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다산 신도시로의 택배 운송을 거부하거나 배송물을 주택까지 배달하지 않고 단지 내 지상 주차장에 쌓아놓은 이미지가 퍼지면서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