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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공성 훼손 논란’ 영리병원 첫 허가 내막

제주도 측 “녹지국제병원,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진료할 것”

조미진 기자   |   등록일 : 2018-12-05 16: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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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녹지국제병원 외국인 진료허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자료=제주도]

“공론조사결과 수용 못해 죄송…제주 미래 위한 불가피한 선택”

[도시미래=조미진 기자] ‘의료 공공성 훼손’을 이유로 영리병원 도입이 수년간 논란이 된 가운데, 제주도가 외국인 진료에 한정해 국내 첫 영리병원을 허가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번 허가의 불가피성을 역설했지만 의료계, 시민사회계 등의 반발이 거세다.

원희룡 지사는 5일 녹지국제병원과 관련해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했다고 밝혔다.

이날 원 지사와 제주도는 진료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과로 한정했으며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이 적용되지 않아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도는 향후 녹지국제병원 운영상황을 철저히 관리·감독해 조건부 개설허가 취지 및 목적 위반 시 허가취소 등 강력 처분 방침을 전했다. 이는 의료공공성 훼손 논란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도 측은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을 전부 수용 못해 죄송하다”면서도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임을 고려해 도민들의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가 ‘불허 권고’를 내린 취지를 적극 헤아려 ‘의료공공성 약화’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제주도는 개설허가를 한 이유로 △경제 살리기에 적극 동참 △감소세로 돌아선 관광산업의 재도약 △건전한 외국투자자본 보호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외국의료기관과 관련해 우려가 제기돼 온 공공의료체계 근간을 최대한 유지, 보존을 제시했다.

구체적 사유로는 △투자된 중국자본에 대한 손실문제로 한·중 외교문제 비화 우려 △정부지정 국내유일의 국제자유도시 제주에 외국자본 대한 행정신뢰도 추락으로 국가신인도 저하 우려 △사업자 손실에 대한 민사소송 등 거액의 손해배상 문제 △현재 병원에 채용돼 있는 134명 직원의 고용문제 △해당 토지의 목적 외 사용에 따른 토지반환 소송문제 △건물이 프리미엄 외국의료관광객 고려 시설로 투자·건축 돼 타 용도 전환 불가 △ 내·외국인 관광객 감소 해결 위한 방안 등을 제시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날 <도시미래>와의 통화에서 국가신인도 저하 우려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도 관계자는 “사실 국가와 국가 간에 투자가 이뤄졌지 않나. 사업자인 중국 녹지그룹은 자본을 투자하면 허가가 이행될 것으로 당연히 알고, 투자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우리 쪽에서 허가가 되지 않고 이제껏 지체가 됐다. 그러면 앞으로 우리나라에 누가 투자하겠냐는 의미”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제주도가 밝힌 ‘영리병원 허가 불가피한 이유

이날 제주도는 일련의 과정과 허가 이유들을 상세히 설명했다. 도에 따르면 외국인의료기관은 지난 2005년 11월 노무현 정부 당시 국무회의를 통해 국내·외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설립 문제는 외국영리법인의 설립을 허용하는 것으로 결정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을 의결했다. 역대 정부가 제주도 새 먹거리 산업으로,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 차원에서 추진해 왔다고 도는 부연했다.

2011년 12월 중국 녹지그룹과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은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015년 12월18일 보건복지부는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제출한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했다.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세계 곳곳에서 부동산 사업을 벌이고 있는 중국 최대의 국영 부동산 개발회사 ‘녹지그룹’의 자회사다. 이 유한회사는 총 사업비 778억 원을 투입 2017년 7월28일 제주헬스케어타운에 녹지국제병원을 준공하고, 의사 등 인력 134명(제주도민 107명)도 채용 했다. 이후 2017년 8월28일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도에 신청했다.

이에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는 2017년 11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네 차례 심의회를 통해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대상으로 의료서비스 제공을 조건으로 허가를 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도에 제시했다.

이어 올해 2월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서가 제주도에 제출됐고, ‘숙의형 공론조사위’는 10월4일 도에 ‘녹지국제병원 불허권고’를 했다. 불허권고를 하면서도 조사위는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병원 등으로 활용해 헬스케어타운의 전체기능 상실을 막기 위한 제반 행정조치 마련, 고용된 사람들에 대한 도 차원의 정책적 배려 등을 제언했다는 것이 제주도의 설명이다.

이후 올해 1월 도는 복지부에 질의해 “의료기관이 허가조건 이행을 위해 내국인을 진료하지 않는 것은 진료거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회신했다.

제주도는 이후 최종 정책결정을 위해 사업자인 녹지국제병원측과 서귀포시 지역주민, 헬스케어타운 사업시행자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정부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도에 따르면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 병원 등으로 활용하라’는 공론조사위 정책제언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현장 방문을 통해 VIP병실부터 지하 기계설비실 등을 자세히 돌아보고 “야외 자쿠지까지 설치된 최고급 병실 등 현재 시설은 프리미엄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위한 의료·휴양시설 외 활용이 불가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제주도 측은 ‘채용된 직원들과 함께 지역주민들도 지역경제와 일자리 등을 위해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를 강력히 요청했다’는 입장이다.

이날 제기된 공론조사를 정치적 면피용으로 이용한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 원 지사와 도 측은 ‘도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전문가 견해와 찬반 양측 의견을 충분히 듣고 난 후 여론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공론조사를 받아들인 것이며, 조사 결론이 구속력 있는 것은 아니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첫 영리병원 외국인 진료 허가 발표/자료=제주도]

지역민 일부·시민단체·의료인들 ‘거센 반발’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와 의료 노동계는 물론 대한의사협회까지 제주도의 녹지국제병원 진료 허용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외국투자자본 유치만을 목적으로 한 영리병원 도입은 ‘의료영리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며 국내 의료체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경영악화 등 지방 의료기관의 어려운 상황을 외면한 채 영리목적의 외국의료기관을 도입한다면 국내의료시장이 왜곡되고 피해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도 30개 단체·정당으로 구성된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도청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도민을 배신하고 영리병원을 선택한 원희룡 제주지사는 퇴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중국 자본보다 도민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도지사라면 당연히 공론조사 결과에 따라 개원 불허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양연준 의료연대본부 제주지역지부장은 “숙의형 정책개발로 녹지국제병원 개원 불허가 도민의 뜻으로 도출됐다”면서 “그 뜻을 받아들여 영리병원을 불허하고 그간의 과정에 대해 원 지사는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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